『논어』와 관련한 책들은 정말 많다. 문외한인 내게도 『논어』 번역과 해설서, 그리고 공자와 관련한 책들이 꽤 있다. 그러나 그중 압권은 역시 리링의 『집 잃은 개』와 『논어, 세 번 찢다』다. 동아시아 사유와 관련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을 꼽으라면, 나는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 사유』와 리링의 『집 잃은 개』를 선택하겠다. 두 책 모두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접했고, 공들여 읽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 철학에 접근할 때마다 참고하는 책들이 있다. 펑유란의 『중국철학사』,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사상사론』,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사상문화사전』이 그것인데, 이번에도 이 책들과 함께했다. 최근에 구입한 카린 라이의 『케임브리지 중국철학 입문』도 꽤 좋았다. 우리 같은 대중 초심자에게는 딱 알맞은 책이다. 서구인들이 핵심에 접근하는 능력은 아마도 지난 3~400년간 동아시아에 접근해오면서 형성된 것 같다. 그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늘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논어』 번역본으로는 배병삼 선생님의 『한글세대가 본 논어』도 좋지만, 오구라 기조의 『새로 읽는 논어』, 김용옥의 『도올논어』도 나름 재미있다. 물론 김용옥의 책은 읽을 때 ‘나’로 시작하는 문장에 주의해서 넘어가고, 실제로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만 골라 읽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가짜 뉴스류의 문장력에 깜빡 넘어가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심자는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낫다.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분별력이 생긴 다음, 시간이 남는다면 그때 읽어도 무방하다. 혹시 당기지 않는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리링을 읽고 난 다음 김용옥을 보면, 팩트 위주로 골라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고(故) 이을호 선생님이 번역하신 『한글 논어』는 오래된 번역이지만 지금도 살아 있는 문장들로 느껴진다. 어딘가에서 『논어』를 인용할 일이 생기면, 나는 이을호 번역본을 포함해 다섯 권 정도를 참고한다. 아마 수유너머에서 『논어』를 처음 접할 때 성백효 선생의 번역본인 『논어집주』(전통문화연구회 편)로 공부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은 지금은 사라진 듯하다. 이후 주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시 이 책을 사들이려 했지만, 아직까지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리고 『동자문』과 『공자의 철학』. 나는 이 책들을 완독하지는 못했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었고,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많이 읽은 셈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시간을 들여 나머지도 전부 완독해보려 했으나,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자의 생애에 더 관심을 가지고 텍스트에 접근했다. 『동자문』과 『공자의 철학』의 완독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사실 공자와 『논어』는 평생 다시 공부하며 조금씩 전진해가는 텍스트들이니, 그렇게 해도 괜찮다. 『공자전』도 앞부분만 읽고 아직 전부 읽지 못했다. 공자를 반체제론자로 읽는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에는 이 책들을 중심으로 『논어』를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리링의 『집 잃은 개』를 재독하는 방식이 될 것이 틀림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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