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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링, 『집 잃은 개』
이번 글은 리링의 『집 잃은 개』에 관한 것이다. 나는 늘 공자를 운명애(運命愛)론자로 생각해왔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하려는 사람”이라는 문장은 나로 하여금 거듭거듭 생각하게 만든다. 『논어』에는 수많은 멋진 문구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공자의 말이 아니라, 어느 문지기가 말한 이 문장이 아이러니하게도 『논어』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빛나는 문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논어』는 매우 이질적인 시선들이 중첩된, 실로 희대의 텍스트다. 리링은 이러한 복합성을 놀라울 정도로 잘 드러내준다. 또 이번에 리링의 초탈한 문체로 『논어』를 다시 읽으며, 이상하게도 미누 씨가 떠올랐다. 더불어 노회찬과 전태일도 함께 떠올랐다. 전통적인 군자의 형상과는 너무도 다른 이들이 『논어』와 함께 배치된다는 것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시 연구실 한쪽에는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있었다. 네팔, 미얀마 등에서 온 미누, 아웅틴툰, 소모뚜 등이 가끔 밥을 해주곤 했다. 그들이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그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게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체험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언제나 소중함은 지연되어 찾아오는 감각인 것 같다. 더 잘해주고, 더 많이 배웠어야 했다.
P.S. 『전태일 평전』은 대학교 시절, 아마도 돌베개 판본으로 돌아다니던 것을 꾸역꾸역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때는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아마도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누가 떠올랐고, 이어서 노회찬과 전태일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 평전은 정말 폭풍처럼 다가왔다. 하루 만에 전체를 다시 읽었고, 저녁 내내 가슴이 아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솟아났다. 역시 모든 독서는 ‘상황 읽기’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나의 정신과 영혼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안 되는 것을 알고서도 하려는 사람 – No Final Goodbye님에게 덧글 달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