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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모션, 『I Have the Room Above Her』(2005), “Osmosis Part III”

스티브 푸터먼은 폴 모션의 만년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그가 박자를 꼬아 동료들을 낯설고 거의 상상조차 못한 지형으로 끌고 가거나, 혹은 동시에 때때로 연주자들이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시를 이끌어내는 광경”이라고 말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편안히 머물러도 될 만한 때에 그는 여전히 아주 색다른 드럼을 실험하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만년의 실험가로서의 폴 모션은 내가 생각하는 재즈의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는 인간이었다.

폴 모션은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와 함께 동시대의 다른 음악과는 어긋나 있으면서도 자신의 비전을 완벽히 반영하는 집단적 트리오를 결성했다. 트랙곡의 제목으로 사용한 Osmosis(삼투)라는 단어 자체가 트리오의 역할 경계를 “스며들어 서로가 서로를 연주하는 상태”로 보려는 모션의 시각을 드러낸다.

모션은 리듬을 통념적으로 이해되는 규칙적인 소리로 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공기 속에 퍼져나가는 잔향을 표현하는, 곧 여운을 색채감 있게 드러내는 스웰(swell) 연주를 선보였다. 심벌을 스틱이나 브러시로 빠르게 여러 번 긁거나 문지르듯 연주하면, 처음에는 작은 소리가 서서히 피어오르다가 점점 커지고, 다시 사라지듯 감쇠한다. 기타와 색소폰 뒤에서 이런 드럼 연주가 들려오면 파도처럼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준다. 마치 공기와 시간의 흐름을 색채처럼 채워 넣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리듬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리듬 자체의 양식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리듬이 멜로디가 되겠다는 듯이.

폴 모션은 두 개의 밴드를 동시에 가동했다. 한 축은 젊은 기타리스트들을 기용한 ‘일렉트릭 비밥 밴드’였고, 그는 이 밴드에서 비밥 표준을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오랫동안 연주해온 정통 재즈를 반복하되, 현대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연주에 몰두한 것이다. 다른 한 축은 빌 프리셀·조 로바노와의 집단적 트리오로, 선율·하모니·리듬의 경계를 서로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냈다. 이 두 밴드는 전통과 실험을 동시에 갱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존재하는 ‘공기’와도 같다. 공기는 ‘숨’이 되어 내 신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바람’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이 종횡무진하는 존재가 바로 폴 모션이다. 도교에서 말하는 ‘도사’가 재즈에도 있다면 바로 이런 인간이 아닐까.

『I Have the Room Above Her』(2005)는 프리셀–로바노–모션 트리오의 첫 공식 발매작이자, 모션의 ECM 복귀작이다. 트랙리스트 첫머리에 “Osmosis Part III”, 중반에 “Osmosis Part I”이 배치되었다. “Osmosis Part III”의 첫 부분에서 기타는 별빛처럼 반짝인다. 여기에 색소폰이 달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폴 모션의 드럼은 달이 비친 강물처럼 흐른다. 그의 드럼은 정해진 리듬에 고정되지 않고, 마치 별빛과 달빛을 쫓아 함께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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