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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멜다우, 『Ride into the Sun』(2025), “Better Be Quiet Now”

특정 작곡가나 싱어송라이터의 곡들을 모아 연주하여 재해석한 앨범을 송북(songbook)이라고 한다. 꼭 고전적인 작곡가나 가수일 필요는 없다. 비틀즈처럼 현대 뮤지션의 곡들을 한 명의 재즈 연주자나 가수가 모아 해석한다면 그것도 “송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브래드 멜다우는 라디오헤드, 비틀즈, 닉 드레이크에 이어 이번에는 엘리엇 스미스를 택해, 현대 인디·포크 송라이터를 재즈 송북으로 만든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앨범 『Ride into the Sun』은 “엘리엇 스미스 송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멜다우는 1990년대 말에 스미스의 공연을 여러 차례 직접 보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피아노로 스미스의 곡들을 연구했고, 언젠가는 이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인디 포크를 재즈 즉흥연주로 변신시킨 사례는 멜다우가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 찾아 보진 않았다.

스미스의 낮게 속삭이는 듯한 보컬은 멜다우의 연주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리고 스미스의 음악은 단순한 포크가 아니라 장조와 단조가 섞여 미묘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어서, 재즈의 즉흥연주적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다. 아마도 멜다우가 1990년대에 스미스에게 매료된 이유는, 그의 음악에서 재즈적인 요소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미스의 원곡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I’m tired of wasting my breath
Carrying on and getting upset
Maybe I have a problem,
but that’s not what I wanted to say
I’d prefer to say nothing.
I got a long way to go
I’m getting further away.

헛된 말만 하느라 지쳐버렸어.
계속 떠들며 화내는 것도 이제는 지겹고.
아마 나에게 문제가 있겠지.
하지만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아.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가사 자체가 고독하고 내밀하다. 스미스의 목소리도 조용하게 속삭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안에는 단호한 결심의 정조가 담겨 있다. 어떤 결기가 엿보이는 것도 같다. 브래드 멜다우의 피아노는 스미스의 내밀한 보컬을 드러내면서도, 이 결기를 절묘하게 부각하는 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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