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는 것만큼 불행한 것은 없다. 유명인에는 정치인 유형과 연예인 유형이 있다. 정치인 유형은 현실 무대에서 연기를 함으로써 대중에게 알려지는 유형이다. 현실 무대 위의 유명인으로서, 이들은 우리가 흔히 ‘역사’라고 부르는 것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치인, 경제인, 과학자, 활동가 등이다.
연예인 유형은 현실 무대의 그림자 무대에서 연기를 함으로써 대중에게 알려지는 유형이다. 현실 무대 밖, 설치 무대 위의 유명인이다. 그들은 정치인 유형의 인물들이 만든 역사의 질감을 해석하거나 흉내 내면서 유명해지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학자, 문인, 배우 등이다.
후자는 늘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그 속임수가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고, 그 대가로 유명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는 언제나 이 속임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연예인 유형의 유명인에게는 “무대 밖의 나”가 사라지고, 오히려 타인의 기대와 이미지 속에서만 존재하는 ‘나’만 남게 된다. 이때 불행은 단순히 유명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데서 비롯된다. 학자, 문인, 배우의 문제는 바로 자기 상실의 위험에 늘 봉착한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이미지 정치를 통해 유명세를 유지하기도 하고, 반대로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운동을 통해 현실 무대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때 정치인 유형의 유명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는데, 그것은 자기 상실의 최정점에서 현실 무대가 설치 무대와 똑같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던한 현실 무대의 모습은 두 유형의 유명세가 교차하면서 발생한다. 자기를 상실한 역사는 그렇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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