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경계 너머의 공간

우치다 다쓰루,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처음 듣는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거의 모두 주인공이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설정을 보여준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별거하게 되면서 산속 외딴집(유명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에 머문다. 그 집 다락방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하는데, 이 그림이 곧 ‘다른 차원으로의 입구’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근처 숲속에 뚫린 ‘갱도 같은 구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때부터 현실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 ‘나’는 옛 연인 ‘키키’를 찾으러 ‘돌핀 호텔’에 들어간다. 호텔의 특정 층은 현실과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고, 그는 그곳에서 ‘양 사나이’라는 존재와 만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주인공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데이터 처리 전문가로 일하다가 두뇌 조작 실험에 휘말린다. 동시에 ‘세계의 끝’에서는 성문 수비수로 살며 ‘그림자’를 잃은 채 성 안에 고립된다. 결국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의식은 소멸하고, 그는 ‘세계의 끝’에 남아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존재자가 그곳에 갇혀 버리는 것까지도 그려진다.

우치다 다쓰루의 전언에 따르면, 하루키는 “나는 특수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지하 1층까지밖에 갈 수 없지만, 자신은 지하 2층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 2층에는 태고부터 흐르는 수맥이 있고, 자신은 그곳의 물을 어느 정도 길어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인다. 즉, 그는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갔다가 그 기운과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현실 세계에서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통 사람은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위험하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키는 볼일이 끝나면 재빨리 현실 세계로 돌아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 사실 소설, 즉 문학이란 본래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경계선 저편에서 무언가 위험하고 기이한 것을 가지고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다.
이 책 제목(사실은 강연의 제목)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하루키의 ‘지하 2층’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다. 도서관은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자, 동시에 그 자체로 다른 차원의 공간인 것이다.
사실 책이라는 것은 외견상 상품으로 유통되고는 있지만, 상품으로만 제작·유통되기에는 지나치게 상품성이 떨어진다.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책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매우 드물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작가들은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 힘들고, 다른 직업과 함께 글을 써야 한다. 동네 서점도 책 판매 수익만으로 운영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출판사 역시 책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면 전혀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품인 것이다.
그런 책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은, 우치다 다쓰루의 말대로 보자면 ‘커먼’(common)의 집결지이다. 책은 상품의 외견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독특한 사물이다. 도서관은 이러한 공공재, 즉 커먼이 집결하여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어지게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인적이 없는 도서관의 긴 서가를 뚜벅뚜벅 걸어보면 알 수 있다. 우치다 다쓰루의 말대로 그런 곳에서는 “읽고 싶은 책이 이만큼 있다”는 기쁨 이상으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끝내 읽지 못할 책이 이만큼 있다”는 통절한 자각이라는 것을. 도서관은 사람들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이다. 그곳에서는 숙연하게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겸허한 생각이 조용히 생겨난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이 무지 앞에서 우리는 유용성과 효율성을 넘어서는, 그러니까 ‘상품’이라 불리는 사물들을 넘어서는 커먼들의 거대한 대륙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상품을 저 멀리 물리치고도 여전히 힘 있게, 그리고 깊은 침묵 속에서 아주 넓은 자리를 차지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도서관은 이 소스라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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