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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허쉬, 『Breath by Breath』(2022), “Monkey Mind”

《Sati Suite》는 여덟 개의 연작으로 구성된 명상적인 성격의 음악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Sati’는 명상에서 ‘호흡에 대한 집중’ 또는 ‘마음 챙김’을 뜻한다. 그래서 트랙 곡명들 역시 명상적인 색채를 띤다.

“Monkey Mind”는 명상에서 등장하는 산만한 내면의 소음, 즉 ‘원숭이 마음’을 묘사한다. 스트링의 피치카토, 드럼의 짧은 필, 피아노의 탁(tap) 연타가 어우러진다. 피치카토와 드럼 필이 맞물리고, 그 위에 얹힌 피아노의 끊기는 탁 연타는 명상 중 끊임없이 반짝이며 사라지는 생각의 입자 같은 감각을 만든다. 그러고 보면 마음은 본디 소음 덩어리다. 이미지와 소음이 난삽하게 떠다닌다. 이 난삽한 상태를 통과하며, 한 줄기 생각을 붙잡아 사유에 도달하는 것이다.

진은영의 시 중에는 「귀가」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하수구를 통과해 집으로 향하는 쥐를 보여준다. 성스러운 의례 뒤에 버려진 꽃과 과일이 시궁창에 매달려 있다. 화자는 그 버려진 쓰레기 속에 남아 있는 신성 속에서 귀환의 길을 찾는다. 명상이란 이런 것과 같다. 시궁창을 통과하며 그 진창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신성의 한 부분으로, 영적으로 지켜보는 일이다.

트리오(피아노·베이스·드럼)와 콰르텟 사이의 상호작용은 매우 유기적이다.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허문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Mara” 같은 트랙은 불교에서 부처를 유혹한 마라의 속성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주되는 퍼커션 위에서 피아노가 긴장과 유혹을 그지없이 감미롭게 풀어낸다. 아마도 유혹은 이렇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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