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 트리오, 『Setting Standards: New York Sessions』(2008), 「 Standards Vol. 1」, “God Bless The Child”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60~70년대의 실험적 재즈에 대한 반작용이 일었다. 윈튼 마살리스를 필두로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한 재즈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키스 자렛도 그런 보수적 흐름과 어떤 의미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키스 자렛 트리오의 접근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형식은 그들에게 틀이라기보다 만남의 장이다. 일종의 교차로 같다. 교통 도로의 교차로처럼 정해진 구조가 있긴 하지만, 그 교차로에 들어서면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흘러가고, 상호작용하며, 그 안에서 순간을 새롭게 빚어낸다. 이들은 곡의 골격을 결코 잃지 않으면서도(그러니까, 형식을 지키면서도 — 아마도 이런 태도가 보수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각자의 감성과 리듬을 섬세하게 엮어냈다. ‘자유롭다’는 말이 박자나 선율, 화성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님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이 곡들은 너무 훌륭한데, 왜 다들 똑같은 기교만 늘어놓는 연주만 하는 걸까?”라고 되물으며, 스탠더드를 통해 진정한 즉흥성과 해석의 가능성을 발견하려 했다. 그의 말처럼, 중요한 건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연주하느냐다.
그 사실은 “God Bless The Child”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tandards Vol. 1』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15분짜리 복음성가풍 연주는 강한 그루브와 충분한 솔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렛과 피콕, 드조넷 사이의 상호작용이 절정에 이른다. 각각의 악기가 자신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상호작용을 훌륭히 해내는 모습은, 마치 정치적인 공동체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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