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톰슨, 『윌리엄 모리스: 낭만주의자에서 혁명가로』


에드워드 톰슨의 윌리엄 모리스 평전을 읽었다. 양이 많아서인지, 너무 지쳐서 완독은 하지 못하고(톰슨의 문체가 좀 지루하다 ㅠㅠ), 대략 2/3 정도 읽은 것 같다. 이 정도에서 멈추고,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윌리엄 모리스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였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제드 마르탱의 아버지는 모리스를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저항한 예술가로 존경한다. 특히, 그가 수공예를 중시하고 예술과 노동의 결합을 이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런 태도는 기술 중심의 현대사회에 대한 아버지의 불만과 맞닿아 있다.
평전을 읽으며 19세기 사회의 분위기들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지긴 했지만(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보기로 하자), 특히 눈에 들어왔던 장면은 모리스가 고딕 양식을 이상적으로 여긴다는 대목이었다. 모리스는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생산 체제가 노동을 비인간화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그는 고딕 시대의 장인들이 창작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일했다고 믿었다. 고딕 건축물은 장인의 기술과 열정이 담긴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는 모리스가 강조한 예술과 노동의 결합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례로 여겨졌다.
또 고딕 건축은 공동체의 협력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모리스가 지향한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의 모델이기도 했다. 예컨대 대성당 같은 건축물은 계층과 역할을 초월한 인간의 연대를 보여준다고 본다. 고딕의 디자인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과 장식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모리스가 예술의 근원으로 삼았던 자연성과도 부합했다. 고딕은 단순한 건축 양식을 넘어 모리스에게 과거의 이상이자 미래 유토피아의 상징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하면 현대 기술문명이 야기한 분열과 소외로부터 벗어나, 원래의 통합적 상태(모리스의 경우엔 중세 고딕양식)로 되돌아가려는 일종의 반복 강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딕 사회는 모리스에게 기술적 분화 이전의 통합된 삶과 노동, 공동체를 상징하고, 이는 죽음 충동이 지향하는 ‘이전 상태로의 회귀’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모리스가 고딕의 평화로운 형상에 대해 품은 욕망 안에는 어쩌면 파괴적인 충동이 들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천상 혁명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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