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진다는 것은 결국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이 각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유명해지려 할까? 물론 어떤 사람은 공공선을 위해, 혹은 예술이나 진리를 알리기 위해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것이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나는 그 경우조차도 의심하는 편이다. 그런 동기들마저 결국은 쉽게 상품화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유명세를 통해 돈을 벌고, 사회적 영향력을 얻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자 하는 욕망, 즉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러한 동기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명료하기에, 유명해지려는 행위는 아무리 교묘히 감추려 해도 그 욕망의 투명함 때문에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다수의 시선 앞에서 자신을 상품화하고 평가받는 것을 감수하는 일이므로, 언제나 일정한 수치심이나 모욕의 가능성을 수반한다.
철학적 삶은 이러한 욕망의 구속으로부터 자신을 거두어들이는 데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름을 얻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한 발 물러서는 것, 바로 거기서 철학적 사유는 시작된다고 말이다. 이것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쓸데없는 수치심과 모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삶의 공간을 확보해야만 철학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은 철학적 삶의 생존적인 조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