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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재즈 음악인들을 별칭으로 ‘캣’(cat)이라고 부른다. 재즈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온화한 캣이다”, “그는 영리한 캣이다”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재즈 연주자들과 고양이는 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 고양이는 개처럼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 우리가 아는 1940년대 재즈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즉흥연주는 그런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또 고양이는 조용하지만 주변을 끊임없이 탐지한다. 소리, 기류,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재즈 연주자도 그렇다. 드러머가 살짝 템포를 뒤로 밀면, 피아니스트는 그걸 즉각적으로 감지해 그루브를 재구성한다. 관객의 호흡이나 무대의 긴장감도 늘 섬세하게 읽어내며, 순간순간 변화시키는 것. 이 눈치 게임이 바로 재즈 연주의 묘미다. 게다가 고양이가 야행성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재즈가 본래 ‘밤의 음악’이었다는 사실도 떠오른다.

황덕호 선생님은 이 ‘캣’들의 내밀한 사진과 그들의 ‘세 가지 소원’이 적힌 책을 번역했다. 니카(Nica, 혹은 패노니카. 본명은 니카 드 쾨니그스워터)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은 곡의 헌정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녀는 후원자였고, 친구였으며, 뮤즈였고,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론적 사건’이었다고 하겠다. 런던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뉴욕에서 ‘캣’들의 뮤즈가 되었다.

니카와 텔레니어스 멍크의 우정은 재즈사에서 가장 특별한 교감 중 하나다. 멍크는 니카의 뉴저지 집 ‘캣하우스(Cat House)’에서 삶의 마지막 9년을 보냈다. 한편, 니카의 삶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스캔들은 찰리 ‘버드’ 파커와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파커는 니카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투병했고, 결국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때 니카의 이름은 타블로이드 신문의 표제어로 선정적으로 오르내렸다. 흑인 재즈 뮤지션이 백인 귀족 여성의 보호 아래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당시 인종적 편견이 팽배하던 사회에서는 스캔들을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캣하우스’는 니카가 재즈인들을 위해 마련한 집이다. 재즈 뮤지션들의 실제 피난처이자 창작 공간인 재즈 공동체의 집. ‘캣하우스’라는 이름은 멍크가 붙인 ‘캣츠빌(Catsville)’에서 유래했다. 그곳은 니카가 입양한 백여 마리의 고양이들과 재즈 뮤지션 ‘캣’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다.

이 캣하우스에서 니카는 자신이 사랑했던 재즈 음악인들에게 조용하고 장난스럽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녀는 이들의 대답을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손으로 기록해 모았고, 그렇게 약 300명의 음악인들의 소망을 수집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며 진행했다고 한다. 니카는 ‘세 가지 소원’이라는 단순한 질문이 흑인 재즈 공동체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인간적 욕망을 드러내는 창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이 기록을 재즈계의 구술사적 아카이브로 남기고자 했지만, 생전에는 끝내 책으로 출간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대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아니스트 레이 브라이언트의 대답.

“난 정말로 소원이 없어요. 난 행복합니다. 소원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소원들은 모두 이루어졌어요.”

또 다른 하나는 찰스 밍거스의 대답이다.

“소원은 없어요! 전혀요. 음, 청구서 지불할 돈이 있다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그게 전부예요… 내 마음은 늘 변할 테니까.”

자신의 마음이 늘 변하므로, 지금의 소원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 그것은 고정된 희망보다는, 변화 속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 남고자 하는 ‘캣’다운 선언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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