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극우와 좌파, 인민이 뒤엉켜 살아온 공동체였다. 끔찍한 사건 이후, 서로를 증오한 이들은 다시 함께 살아야 했다. 그들은 참으며 서로의 자리를 허용했다. 나는 이 상황을 제주 말 “살민 살아진다”로 설명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말을 매우 싫어했다. 그게 뭔가. 뭐가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냐. 시간은 증오를 서서히 태우지만, 죄악의 형상은 무의식 깊이 자리잡는다. 단죄도 용서도 아닌 기묘한 관계가 그들을 지배한다. 어쩌면 한국이 이제 제주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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