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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학자들이 인구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약간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인구를 강조하면 결혼과 출산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정상성에 대한 강요가 강화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물론 앞서 가진 문제의식을 버린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는 단지 경제와 복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읽으며, 어떤 삶을 그릴 수 있는가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인구 감소는 인문학이 사멸해가는 데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인 듯하다. 1960년대 구조주의가 열기를 띠고, 여러 나라에서 인문학적 거인들의 성과가 다양하게 산출된 것도, 전후 베이비붐을 거치며 문학과 인문과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한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조주의, 실존주의,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사유의 흐름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시기의 청년들이 단순한 생계를 넘어 삶의 의미를 묻는 데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구가 줄고, 사회는 점점 효율과 실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젊은 세대는 너무 이른 시기에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는다. 인구가 감소할수록 사람들은 생계에 정조준된 인생 경로만을 상상하게 되고, 지식의 습득도 그 외의 방향으로는 나아가기 어려워진다. 지금의 젊은이들, 더 어린 중고등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 경로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속에서 인문학은 사치로 여겨지고, 사유는 유예된다.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지 인문학의 가치나 기능적 방법론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인문학이 가능했던 사회적 조건들—시간, 공간, 인구, 여유—자체를 다시 사유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유가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효율성에 기반한 인구 탐구가 아니라 비효율성을 용인하는 인구 탐구와 여유의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인구탐구의 의제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과 정책자들에게 빼앗기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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