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트 베르거, 『콘클라베』(레이프 파인스, 이사벨라 로셀리니, 스탠리 투치)
모든 준비가 완벽해 보이는 순간에도 자연은 자신의 방식으로 균열을 낸다. 오늘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왔다. 요한 23세의 수단이 맞지 않았던 것처럼, 예측 가능한 계산 속에 파고든 균열은 결국 깨진 창문을 통해 불어든 바람으로 상징된다. 그 바람은 인간의 의지를 벗어난,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섭리-아, 흘러가는대로 가는 것이 섭리다-로서 작용한다. ‘간성’ 교황의 등장은 그 자체로 놀라운 반전이 아니라, 인간이 통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억누르려 했던 생명과 정체성의 자연스러운 귀환이다. 우리는 끝까지 모든 것을 알고 조종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만, 자연은 언제나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말한다—“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요한복음 3장 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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