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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 발리바르, 『개념의 정념들』

➡️ 여기에는 『개념의 정념들』 을 끝까지 읽고 짧은 독후감을 남겨 두었다.
✍️ 마르크스에게 이미 푸코가

책을 받아들고 반가운 마음에 서문만 주루륵 훑어보았다. 푸코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띈다. 발리바르는, 푸코가 마르크스주의와의 관계에서 ‘권력과 지식’의 문제를 강조하고 사회적 규율과 제도의 변화를 분석했다면,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을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했다는 점에서 푸코와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서문만 보고 느끼는 인상은, 이 두 사상의 이론적 갈등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잘 모르겠다. 더 읽어봐야 알겠다. 어쩌면 푸코가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이론적 입장을 구축했다고 보고, 마르크스와의 차이점을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마키아벨리와 푸코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접근을 취한다. 푸코는 마키아벨리를 직접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고(심지어 『안전, 영토, 인구』에서 푸코는 마키아벨리가 과대평가되었다고 비판한다. 국가이성 문제의 출발점은 마키아벨리 그 자체보다 오히려 반(反)마키아벨리주의자들로부터 기원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는 알튀세르주의자들을 비롯한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대한 비판 또는 비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바르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개념과 푸코의 ‘이단점’ 개념을 연결시키려 한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유효한 진리’ 개념이 푸코적 분석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고 보면서, 푸코를 당파적 사고와 권력 작용이라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한다. 이는 푸코를 마르크스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시도와 대조적으로, 마키아벨리와는 어떻게든 연결하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저자의 철학적 입장에 따른 일종의 전략적 재구성처럼 보인다. 푸코는 마르크스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마키아벨리적 전통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주장하지 않았는데, 저자는 이를 전혀 다르게 배치하려는 듯하다. 내가 이해해온 푸코와 마르크스, 푸코와 마키아벨리 간의 개념적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번 주말은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 내가 아는 발리바르는 데리다에 가까운 정치철학자라고 생각해왔고, 그만큼 한 줄 한 줄 뉘앙스를 느끼며 읽어야 하는 철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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