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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 키에자, 『주체성과 타자성』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특히 라캉의 이론)을 단순한 사회 이론이나 심리적 담론으로 보지 않는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이 강의에서 푸코는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에 대해 태도가 크게 바뀐 서술들을 다수 제시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강의를 라캉의 관점에서 진행하겠다고까지 말한다. 여기서 그는 이 두 지식 체계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주체가 어떻게 변형되어야 하는가”라는 고유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두 체계 모두 고대 철학적 전통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진 “epimeleia heautou(자기 배려)”, 즉 주체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실천적 과정을 재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주체가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인식하고 억압적 사회 구조를 극복하려는 실천적 과정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진실은 단순히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혁명적 실천과 변혁을 통해 주체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이는 주체가 단순히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을 통해 자신의 존재 조건을 변형해야만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진실은 주체의 존재적 변화와 실천적 행동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성민 선생님이 번역한 로렌초 키에자의 『주체성과 타자성』이라는 책은 아주 오래 전에 나오자마자 사서, 3부 ‘실재(적 타자)의 주체’를 중심으로 읽었었다. 아마도 푸코의 후기 철학에 탐닉하던 시기였기에, 모든 것을 푸코와의 연관성 속에서 해석하고 이해했다.

라캉은 처음에 ‘나’라는 주체가 ‘상징적 타자’—즉 사회가 만든 규칙이나 언어 같은 것—를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너는 착한 아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나는 착한 아이로서 나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규칙과 언어를 통해 ‘나’라는 주체가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라캉은 곧 이 상징적 타자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모든 사회 규칙이나 언어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혹은 “왜 이런 기분이 들지?”와 같은 의문은 어떤 규칙이나 말로도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처럼 설명이 불가능하고 잡히지 않는 부분을 라캉은 ‘실재’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실재 속에서 남아 있는 것을 ‘대상 a’라고 했다(계속 의문이 들지만 대답할 수 없는 어떤 것). ‘대상 a’는 우리가 계속해서 찾지만 결코 완전히 얻을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라캉은 주체, 즉 ‘나’라는 존재는 이제 단순히 언어나 사회 규칙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 틈새에 있는 ‘잡히지 않는 실재’와 관련된다고 본 것이다. 즉 나는 언어로 설명되는 부분과 설명되지 않는 실재 사이에서 형성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 실재적 결핍은 단순히 수동적인 상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가 끊임없이 타자에 저항하고 자신의 주체성을 재구성하도록 자극하는 원동력이 된다. 주체는 권력의 규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권력의 작동을 인식하고 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대상 a’라는 것이다.

올해는 라캉에 대해 정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미나』도 제대로 읽고, 관련 해설서도 제대로 읽어보려 한다.

다음은 푸코가 『주체의 해석학』에서 주체와 진실 문제에 대해 참조한 라캉의 텍스트들이다. 이 텍스트들도 올해는 꼭 다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한다:

『말해진 바와 씌어진 바』 III, m² 235, p.590 / IV, n 299, p.204-205 / ‘330, p.435

「정신분석학에서 파롤과 랑그의 기능과 영역 Fonction et champ de la parole et du langage en psychanalyse」 (1953), Écrits, Paris, Le Seuil, 1966, p.237–322

「프로이트의 무의식에서 주체의 전복과 욕망의 변증법 Subversion du sujet et dialectique du désir dans l’inconscient freudien」 (1960), ibid., p.793–827

「과학과 진실 La Science et la vérité」 (1965), ibid., p.855–877

「결국 문제인 주체에 대하여 Du sujet enfin la question」 (1966), ibid., p.229–236

『세미나 I: 프로이트의 기술적인 글들 Les Écrits techniques de Freud』 (1953–1954), Paris, Le Seuil, 1975, p.287–299

『세미나 II: 프로이트 이론과 정신분석학 기술에서 자아 Le Moi dans la théorie de Freud et dans la technique de la psychanalyse』 (1954–1955), Paris, Le Seuil, 1978

『세미나 XI: 정신분석학의 네 가지 근본 개념 Les Quatre concepts fondamentaux de la psychanalyse』 (1964), Paris, Le Seuil, 1973, p.31–41, 125–135

「정신분석의 대상에 대한 철학과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Réponse à des étudiants en philosophie sur l’objet de la psychanalyse」, Cahiers pour l’analyse, 3, 1966, p.5–13

「안다고 생각하는 주체의 경멸 La Méprise du sujet supposé savoir」, Scilicet, 1, Paris, Le Seuil, 1968, p.31–41

『세미나 XX: 앙코르 Encore』 (1973), Paris, Le Seuil, 1975, p.83–91

「징후 Le Symptôme」, Scilicet, 6/7, Paris, Le Seuil, 1976, p.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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