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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와 미카코,  카쿠타 아키히로,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나는 종종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그 능력이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그것을 사용하면 다른 힘이 사라지거나 몸살이 나거나해서 함부로 쓰지도 못하는 정말 소수적인 능력이라 공개는 금물이다. 그래서 오직 나의 가장 가까운 몇몇, 서너 명의 친구들만이 그것을 알고, 그들과만 공유할 수 있는 조용한 힘. 그것은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만 베풀 수 있는, 그러면서도 소소한 희생과 배려가 필요한, 은밀한 기적 같은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번잡함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만의 작은 우주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과도 닿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의 다카하시를 보며 나는 그가 바로 이런 로망을 현실로 구현한 존재라고 느꼈다. 그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이라는 특이한 정체성을 가졌지만, 그 사실을 소란스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을 과시하지 않고, 다만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 자신이 자신의 능력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또 친구들도 그 능력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의 친구들에게 그 자체가 작은 환타지이고, 그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상의 틈새로 스며든다. 이 조용한 환타지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작은 욕망이 아닐까?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소수적 연결망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삶. 요즘 할머니 장롱 속 곶감처럼 하나씩 빼먹고 있는 일본드라마.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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