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배려, 연대와 고독이 만든다
자기배려에서 ‘자기’는 과연 무엇인가. 자기 신체, 자기 정신, 자기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요소를 포함한 자기, 연기론적 구성체로서의 자기, 사회적 관계 그 자체로서의 자기…….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정의는 정말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시작해보자. 나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나, 우주 속의 한 존재인 나.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흔한 상대주의적 관계론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뭐? 나는 여기서 우리가 모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 갇혀 있으며,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 자연, 우주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코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 자연, 우주 속에 살아가면서도 결코 다른 사람, 자연, 우주 자체가 될 수는 없는 존재로서의 자기.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자기이다. 타자들에 의해 강하게 영향을 받아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존재라니……. 타자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고독한 존재. 그게 바로 자기이다. 사실 자기배려란, 이 이율배반적인 현존재를 직시하는 데서 비롯된 사유다. 관계적이면서도 단절된 존재로서의 자기. 이걸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타자의 철학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공허한 메아리만 되풀이할 뿐이고, 동시에 자아의 철학을 과잉해서 보여줌으로써 독단의 골짜기를 헤맬 뿐이다.
자기배려의 철학은 연대와 고독이 함께 고려되는 철학이다. 이미 자기란 연대의 산물이자, 동시에 고독 속에 침잠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마 변신이란, 연대로부터 시작해서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고, 다시 연대로 나아가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고독 그 자체도 자기 안에 형성된 공동체의 연대이며, 연대 그 자체도 공동체 안에 형성되는 결집된 자기이기에, 사실은 둘이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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