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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비네, 『언어의 7번째 기능』

이 소설은 1970년대 프랑스 구조주의 이론의 주역들과 1981년 대선 당시 무대에 오른 정치인들의 선정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일종의 프랑스 문화 쇼이다.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당대 거의 모든 구조주의자와 그 주변 철학자들이 등장하며, 글의 스타일 또한 세련되어 감각적인 만족을 준다. 게다가 소설의 무대가 되는 장소도 파리, 이탈리아 볼로냐, 미국 이타카,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닌다.

작가는 당대 철학자들과 그들의 관계, 사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그것을 살짝 비틀어 역사적 사실에 균열을 낸다. 예를 들어, 데리다는 이 소설의 주요 추적 대상인 어떤 텍스트를 사려다 살해당하고, 알튀세르는 그 텍스트의 분실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해 아내 엘렌을 목 졸라 죽인다(그의 자서전에는 마사지 도중 실수로 죽였다고 나온다). 또한, 이 소설의 핵심 테마로 작용하는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처럼, 야콥슨이 쓰지 않은 텍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세속화되어 조롱에 가까운 상태로 그려지기도 한다.

로랑 비네는 자신이 조롱하는 푸코,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 솔레르스, 크리스테바, 알튀세르, BHL(베르나르 앙리 레비), 움베르토 에코, 존 설 등등의 작품에 대해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모든 작업에 정통하여 핵심을 꿰뚫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볼로냐역 폭발 사건을 묘사하며 널브러진 신체를 보고 ‘기관 없는 신체’를 떠올리는 장면은 가능한 해석이긴 하지만, 들뢰즈의 개념을 왜곡한 것이다.

비네는 BHL의 흰 셔츠, 들뢰즈의 긴 손톱, 푸코의 LSD와 동성애 등을 자유롭게 묘사하며, 세속적인 지식인의 프레스코화를 그려낸다. 미숙한 위선자들, 변덕과 불성실, 감추어진 크고 작은 부도덕들. 그는 소설의 전개를 위해 사건들을 과장하고 왜곡하여, 좌파 지식인들을 음모론적 엘리트로 격하시키기도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묘사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언뜻 보기에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비네처럼 지식과 지식인들을 하나의 화면에 잡아두고, 그 화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과시적인 글쓰기로 귀결된다 해도, 로랑 비네는 그 욕망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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