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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코켈버그,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계발』

휴가 기간 중에 읽은 책은 두 권이다. 그중 한 권이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계발』이다. 코켈버그는 책 초반에 고대 철학, 프로테스탄티즘,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의 자기계발 담론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처럼 날카로운 비판을 펼쳐놓은 뒤, 정작 책의 결론에서는 자본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주입해온 4차 산업혁명과 자아 혁신 담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을 긍정하고, 새로운 서사를 구성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그의 결론은 결국 ‘새로운 테크노컬처를 창조하는 자기계발’로 요약된다. 그러나 과연 그가 말하는 새로운 테크노컬처는 자본주의 기술자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것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기획에 포섭된 내용이 아닐까?

내가 보기에 자기계발은 일종의 수행적 행위다. 자신의 자아상을 사회 구조 속 어딘가에 위치시키고, 그 자리를 고수하거나 더 나은 자아상의 위치로 나아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가장의 기술이다. 특정한 페르소나를 채택하고, 그에 걸맞은 외양과 언행을 지속해야 하는 자기 연출의 반복 행위. 더군다나 ‘자기’라는 상품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추상적 노동시간’을 체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반복적이고 신경증적인 수행은 불가피해진다.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젠더를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이라는 가장행위 또한 자본주의 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하는 실천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정신과 신체에서 완전히 제거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 고대 철학, 불교, 프로테스탄티즘, 그리고 현대 자기계발 담론 모두에 걸쳐 나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본다. 그것은 전 역사를 관통하는, 강박적 자기 기술의 계보다. 자기 기술은 때로는 내면의 미로에 갇히게 만들고, 때로는 외부 권력이 관리할 수 있는 통치의 대상으로 우리를 만들어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기술이라는 수행성을 완전히 벗어난 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자기배려의 철학을 전개하며 목표로 삼는 것은, 고대의 자기 기술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재발명하는 일이다. 내가 바라보는 자기계발은 고대 철학이나 프로테스탄티즘이 지녔던 저항적 요소를 자본주의가 뒤에서 몰래 추출해 자기 체제에 흡수해버린 결과물이다. 대개 자기계발을 비판하는 이들은, 자기계발에서 벗어나 우리가 본래 있었던 어떤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하길 바란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회귀가 불가능해 보인다. 자본주의적 에피소드를 거친 우리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이라는 강박에서 결코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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