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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와 초기에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바로, 이미 지나간 일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사 후 몇 년 동안 나는 정말 황당한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하지만 그걸 어렵사리 수습하고 나면, 당시 팀장님과 부장님이 늘 해주시던 말은 같았다. “끔찍한 일은 잊고, 이제부터는 그러지 마.” 오래전에 일본의 한 야구 선수가 한 말이 있다. “일류 선수는 이미 진 시합을 잊습니다!”

나는 좀 비관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세상의 모든 선택은 실패를 품고 있다고 늘 생각하곤 했다. 선택이란 필연적으로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 포기는 애초에 가질 수도 있었던 어떤 기대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 순간 우리는 실패를 안고 살아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그 모든 실패를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면, 삶이 너무 괴롭지 않겠는가. 하이데거가 존재의 근저에 늘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 것도, 어쩌면 헤아릴 수 없는 실패들이 매 순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패가 예상되는데도, 아니 실패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잊어야 한다.

삶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걱정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은, 늘 실패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더라도, 어찌 되었든 실행하는 사람은 실패를 넘어서는 사람이다.

군자란 결국 계속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매번 실패하더라도, 매번 실패를 넘어서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잊어야 한다. 잊자. 모든 것을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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