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 『킨』(말로리 존슨, 미카 스톡)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본 드라마 『킨』은 오랜만에 몰입한 작품이었다. 『무빙』을 보기 위해 가입했다가 오히려 이 드라마에 빨려들어, 정작 『무빙』은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시즌 2가 제작되지 않는다는 소식은 참기 어려울 만큼 아쉽다. 이토록 완성도 높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다. 신문 기사도 거의 없고, SNS에서도 언급이 드물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킨』은 올리비아 버틀러의 소설 『킨』(원제 Kindred)을 원작으로 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흑인 여성 작가 다나가 의식을 잃은 백인 소년 루퍼스를 구하기 위해 19세기 메릴랜드의 농장으로 반복적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구조는 소설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다만 시간 배경이 1976년이 아닌 2016년으로 바뀌었고, 시즌 1은 원작의 약 3분의 1만을 다룬다. 이러한 변화들은 인물과 정서의 현대적 맥락을 강화하고, 그간의 페미니즘적 흐름을 분명히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드라마와 원작 소설을 비교하며, 흑인 여성의 신체가 시간 회귀라는 장치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살펴보고 싶다. 이는 흑인 여성 정체성과 가부장적 폭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버틀러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관점이기도 하다. 시간 회귀는 폭력이 특정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조건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설정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