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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엘라 콜트레인, 패트리샤 아퀘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에단 호크)

오늘 ⟪보이후드⟫를 보았다. 이 영화는 배우들과 12년 계약을 맺고, 매년 15분씩 촬영하여 6살 소년이 18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상업영화에서 12년 계약이라니… 정말 반시대적인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실현시켰다니, 놀랍다. 감독은 훗날 “영화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다시 화면들을 보면, 정말 그런 감각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톤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12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는 3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그런 영화 외적인 정보를 알고 보면, 영화 자체가 천천히 ‘익어가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영화의 주제는 마지막에 드러난다. 어머니가 대학으로 떠나는 아들 앞에서 복받치는 감정에 오열하는 장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결혼하고, 애 낳고, 이혼하고… 네가 난독증일까 봐 애태웠던 일, 처음 자전거를 가르쳤던 기억… 그 뒤로 또 이혼하고, 석사학위를 따고, 원하던 교수가 되고, 사만다를 대학에 보내고, 너도 대학에 보내고… 이제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영화가 매년 15분이라는 순간들을 쌓아 전체를 아우르는 콜라주가 되어가는 것처럼, 인생도 그저 순간들이 쌓여 구성되는 하나의 콜라주일 뿐이다. 메이슨의 어머니는 그 콜라주 같은 인생을 돌아보며 순간적으로 깊은 회한에 잠긴다. 모든 니힐리즘은 결국 인생이 콜라주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동시에, 콜라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 석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친구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영화는 그 단서를 아름다운 언어로 건넨다. 그 새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하지. 이 순간을 붙잡으라고… 난 그 말을 거꾸로 해야 될 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릴 붙잡는 거지.”

우리는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시간은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우리를 붙잡고, 한 판 게임, 아니 어쩌면 영원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은 우리의 모든 것,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까지도 끊임없이 재배치하면서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시간 자신도, 그가 붙잡은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의미 있게 만들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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