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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오종, ⟪프란츠⟫(파울라 베어, 피에르 니네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란츠⟫를 보았다. 영화는 아무리 황량한 상황일지라도,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는 루쉰적인 주제를 절묘하게 환기시킨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루쉰의 ⟪죽음을 슬퍼하며(傷逝)⟫ 마지막 문장과 상통한다.

“나는 새로운 삶의 길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나는 진실을 마음의 상처 속에 깊이 묻어두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망각과 거짓말을 나의 길잡이로 삼고서….”

전쟁으로 약혼자 프란츠를 잃은 그녀는 그의 부모와 함께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프란츠의 친구라고 말하는 프랑스인 아드리앵. 영화는 마네의 그림 ⟪자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턱시도를 입은 사내가 침대 가장자리에 흐트러진 자세로 걸쳐 누워 있는 이 이미지가, 흑백 화면 속에서 무기력과 황량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이 황량함 속에서도 우리는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마네의 ⟪자살⟫을 클로즈업해 바라보며, “왜 이 그림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살려는 의지를 주거든요.”

영화 전반에 통주저음처럼 깔리는 베토벤의 ⟪환희⟫의 음은 깊은 상실 속에서도 “그래도 살아내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하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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